경북 칠곡군 할머니들의 시와 그림 4편이 내년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실린다고 합니다. 강금연 할머니의 <처음 손잡던 날>, 김두선 할머니의 <도래꽃 마당>, 이원순 할머니의 <어무이>, 박월선 할머니의 <이뿌고 귀하다> 전편을 두 면에 걸쳐 실었다고 해요.
이른바 ‘칠곡 할매’들의 활동은 이미 몇 차례 화제가 되었죠. 직접 쓴 시가 시집으로 출간되고, 손 글씨가 네이버 폰트로 출시되었습니다. 직접 가사를 써 랩퍼 그룹 ‘수니와 칠공주’로 활동하며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들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배움의 기회를 얻을 수 없어 70여 년 동안 자신의 이름조차 쓰지 못했다고 해요. 경로당에서 다 같이 한글 공부를 하는 모습을 다큐 영화로도 담았습니다. 평균 나이 86세, ‘칠곡 할매’들이 한글을 배움으로써 다양하게 제 삶을 표현하며 활기를 되찾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마을에는 벽마다 할머니들의 시와 ‘인생 참말로 고맙데이’, ‘인생 팔십줄 사는기 와이리 재민노’ 등의 글귀와 그림으로 풍요롭게 전시되어 있는데요. 그중 교과서에 수록된 시도 함께 소개되어 있죠. 함께 읽어볼까요?
이뿌고 귀하다, 박월선 우리 손녀 다 중3이다. 할매 건강하게 약 잘 챙겨드세요. 맨날 내한테 신경쓴다. 노다지 따라 댕기면서 신경쓴다. 이뿌고 귀하다. 어무이, 이원순 80이 너머도 어무이가 조타 나이가 드러도 어무이가 보고 시따 어무이 카고 부르마 아이고 오이야 오이야 이래 방가따 도래꽃 마당, 김두선 마당에 도래꽃이 만타 영감하고 딸하고 같이 살던 우리집 마당에 도래꽃이 만타 도래꽃 마당에 달이 뜨마 영감 생각이 더 마이난다 처음 손잡던 날, 강금연 처음 손잡던 그 날 심장이 쿵덕거린다 도둑질핸는 거보다 더 쿵덕거린다 벌벌 떨리고 부끄러버서 고개를 들도 몬하고 60년이 지나도 그 때 생각이 난다
맞춤법이 정확하지 않아도 단어 하나하나 꾹꾹 눌러 담은 깊은 세월이 느껴집니다. 글을 쓰고 나서 인생이 재밌어졌다는, ‘칠곡 할매’들. 이들의 가능성은 무한해 보입니다. 😎
출처: 칠곡군청 블로그, 경북일보, 문화일보,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