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파묘를 봐주신 100만 관객 여러분. 300만 돌파에 감사드립니다. 500만 관객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리며 600만에 도달한 이후에도 더욱 많은 700만 관객 여러분들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800만 영화를…”
영화 <파묘>의 관객 수가 무서울 정도로 늘어나는 것을 재미있게 나타낸 밈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총 829만 관객을 기록했다고 하지만, 또 모르죠. 머지않아 또 900만을 돌파할지도요!
오컬트 영화가 관객 수 800만을 넘어선 건 <파묘>가 처음이라고 하죠. 쟁쟁한 대작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굳건히 유지 중인 <파묘>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1) 묘벤저스의 관계성 👨👨👧👦
‘험한 것’을 잡는, 이른바 묘벤저스 4인방은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풍수사 상덕과 장의사 영근, 그리고 MZ 무당 화림과 봉길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영화 초반부에는 상덕이 화림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티를 내기도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쾌감을 느낄 만한 케미를 보여주죠.
무엇보다 봉길과 화림의 관계성에 대해 많은 관객들이 열광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오신 분들 중에 화림이 굿을 하기 전 묵묵히 신발끈을 묶어주는 장면에서부터 둘의 관계성을 기대하면서 영화를 관람한 분들 많으실 텐데요. 둘은 스승과 제자 관계로, 무속 세계에서는 스승이 굿을 준비할 때 제자가 옷을 입혀주고 신발을 신겨주는 등의 준비를 해준다고 하죠. 그런데 장재현 감독의 인터뷰에선 ‘둘이 이성적인 마음이 담겨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라고 했으니, 스승과 제자 이상의 감정이 오갔을지도 모른다는 망상을 마음껏 해봐도 되는 부분이겠죠? 실제로 이 둘은 SNS상에서 일명 ‘쩜오디’라 불리는 2차 창작의 대상으로도 활발히 소비되고 있답니다.
그리고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거나 시대물 덕후이신 관객 분들은 눈치채셨을지도 모르겠는데요. 묘벤저스를 포함한 보국사 스님과 여자 무당 캐릭터 둘까지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따와 지었다고 해요. 봉길과 화림, 즉 독립투사 윤봉길 의사와 이화림 의사는 부부로 위장하여 활동하셨다는 기록도 있다고 하니, 관계성에 더더욱 몰두할 수밖에요. 🤦♀️
2) 파면 팔수록 등장하는 디테일 🎬
캐릭터의 이름을 독립운동가의 이름으로 지었다는 설정뿐만 아니라, <파묘>에는 한 번만 봐서는 놓치기 쉬운 디테일들이 영화 곳곳에 숨어 있어요. 영화를 볼 때는 스토리에 깊게 빠져들어 미처 생각을 못했던 부분들이지만, 각각의 설정이 후반부에 일어날 일들을 암시하기도 하는 거죠. 대왕 스포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제외하고, 예고편에서 보여지는 디테일만 빠르게 살펴볼까요?
풍수사 상덕이 묫자리의 흙을 먹어보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는 묫자리마다 토양의 질이 다르기 때문에 흙의 맛도 달라서라고 해요. 미네랄의 함량으로 명당을 가려내는 부류가 있고, 물의 방향으로 가려내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아마 상덕은 전자의 경우로 명당을 가려내는 풍수사인 것 같죠? 관을 꺼내고 나서 땅에 돈을 던지는 행위도 실제 풍수사들의 자릿세 내는 시늉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고 해요.
그리고 무당 화림이 굿을 하기 전 몸을 움찔거리고 고개를 꺾는 것은 신을 받을 때의 모습을 리얼하게 재현한 것입니다. 감당하기 힘든 에너지가 들어오는 과정에서 육체가 경기를 일으키듯이 들썩이는 것이라고 하죠. 개인적으론 화림의 대살굿 장면에서 신 들린 연기를 선보이는 김고은 배우를 보며 전율을 느꼈답니다. 그 장면만으로도 n회차 관람이 의미 있게 느껴질 정도로요!
포스터만으로도 화제를 불러모았던 봉길의 힙한 한자 문신에도 의미가 있어요. 이 문신은 태을보신경인데요. 이는 무속에서 잡귀 또는 잡신으로부터 보호해줄 것을 도교의 신에게 청하는 경이라고 해요. 실제로 야구선수 생활 도중 신병이 와서 온몸에 문신을 하고 무당이 되신 분을 모델로 삼아 만든 캐릭터라고 하니, 더더욱 흥미로워지네요!
3) CG를 최소화하여 더욱 리얼한 연출👹
장재현 감독은 CG를 최소화하는 연출가로 알려져 있어요. CG 처리를 위해 블루 매트를 깔고 연기를 하면 분위기가 살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배제한다고 하죠. 하늘을 떠다니는 도깨비불 또한 실제로 만든 다음 크레인과 와이어를 사용하여 연출했다고 해요. 어마어마하게 큰 정령 또한 실제 2m 20cm의 신장에 달하는 농구선수를 캐스팅했다고 하고요. 배우들의 연기가 소름 끼칠 만큼 리얼했던 것도 이런 정성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요?
한 번 관람하고 나서 여운에 잠 못 이루시는 분들, 그리고 ‘얼마나 재밌길래?’ 궁금증이 생기신 분들까지! <파묘>의 인기는 개봉 3주차에도 많은 관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는데요.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여기를 클릭하여 네티즌들의 영화 해석을 보면서 영화를 곱씹어보는 걸 추천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