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것만 보고 힘내서 시작할 거야”, “약해빠진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지기 위해 동기부여 영상을 찾아 나중에 볼 영상에 저장해” 놓곤 합니다. 동기를 얻기 위해 찾은 동기부여 영상 시청조차 미루는, 무엇보다도 “시작이 제일 무서”운 어른들의 애조를 담은 노래가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행 중인데요.
이제규 코미디언이 부르고 업로드한 뮤직비디오 ‘미룬이’는 9월 12일 기준 조회수 274만 회를 기록했습니다. 노래 미룬이가 주목받기 전에 이미 한차례 유행처럼 번진 영상이 있었죠. 바로 ‘미룬이 사건’입니다. 따라오는 댓글로 “처참하다” “수치스럽다” “잔인하다” 등등이 있는데요. 다소 강한 반응을 일으킨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지난 6월,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팬들과의 만남의 장을 위해 개최된 축제, 유튜브 팬페스트 코리아에서 이제규 코미디언이 노래 ‘미룬이’를 불렀습니다. 발매한 지 얼마 안 된, 잘 모르는 노래에 다소 과한 호응 유도로 현장은 무자비할 정도로 무반응이었는데요. 생방송을 통해 이를 지켜본 많은 이들이 대리 수치를 느꼈고, 결국 ‘미룬이 사건’이라는 밈이 생겨난 것이죠.
시작이 제일 무서워 미룬이 완벽하지 못할까 봐 지금이 내일의 나에게 일단 미루지 그러다가 돼버렸지 미룬이 시작이 제일 즐겁던 어린이는 끝내는데만 급급한 어른이 되지도 못했지 나는 미룬이
얼핏 들으면 동요 같은 ‘미룬이’는 틱톡과 유튜브 챌린지 등, 초등학생 중심으로 유행 중입니다. 천진하게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지만 가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어른들의 자조를 담았죠. 현재 ‘미룬이’ 뮤직비디오 영상에는 가사가 슬프다는 어른들의 댓글로 가득합니다.
아이들에게는 마냥 밝은 노래가 어른들에게는 눈물을 핑 돌게 하는 노래가 또 있죠. 바로 상반기에 유행했던 ‘HAPPY’라는 노래인데요.
뭐가 됐든 행복하면 됐지 뭐가 됐든 함께라면 됐지 사실 내가 진짜 되고 싶은 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새 학기 자기소개 숙제로 아빠와 함께 만든 초등학생 차노을 군의 랩 영상이죠. 조회수 620만을 기록한 영상에서 노을 군은 씩씩하고 야무지게 랩을 합니다.
뉴욕의 심리학자인 린다 새퍼딘은 미루는 습관에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이 가운데 가장 큰 원인은 “만족스런 결과나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즉, 완벽주의 성향이라 말했습니다. 실제로 한국 사람들의 53.62%가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고 하는데요. 완벽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오히려 꾸물거림의 원인이 될 때도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경직된 사회 속 어른이들의 마음을 건드렸던 것일까요? 노래 ‘미룬이’는 초등학생 자녀가 부른 노래에 뜨끔한 부모들과 미룬이 사건을 통해 접한 어른들에게도 유튜브 조회수 상승 등 반응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작이 즐거웠던 아이가 시작이 무서워진 어른이 됐다면, 한 번쯤은 뭐가 됐든 행복하면 됐다, 마음을 가볍게 내려놓아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