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2025년 트렌드 키워드로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를 언급했습니다. 김 교수는 2008년부터 매년 도서 ‘트렌드 코리아’를 펴내며 소비문화를 분석하고 트렌드를 예측하는데요. 이번 ‘아보하’에 대해서는 “너무 행복하지도 않고, 너무 불행하지도 않은 그냥 보통의 오늘 하루. 무난하고 무탈하고 안온하게 보낼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것임을 뜻한다”라고 설명했죠.
김 교수에 따르면, ‘아보하’는 몇 년 전 유행했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의미가 변질되면서 등장했습니다. 원래는 ‘지금의 작은 행복에 만족한다’라는 의미였던 소확행이, 어느 순간 오마카세를 가거나 명품을 사는 등 과시적인 소비로 변하면서 본래의 가치를 잃게 되었다는 것이죠. 김 교수는 이제 소확행을 자랑하는 것마저 피로감을 주며, 행복 경쟁에서 벗어나 ‘보통의 하루를 무난하게 보냈다면 잘 한 것’이라는 인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아보하’ 트렌드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아보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존재합니다.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에 최선을 다할 수 있으니 긍정적이라는 관점도 있지만, ‘평범함’에만 안주하게 하여 젊은 세대의 열정과 야망을 억누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죠. 이렇게 상반된 의견 속에서 아보하가 우리 사회에 어떻게 자리잡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요.
그중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배우 구성환은 아보하의 좋은 사례로 꼽을 수 있습니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화려한 모습 대신, 소소하고 인간적인 일상을 꾸밈없이 보여주었습니다. 반려견과 산책을 하거나 손수 식사를 준비하는 등, 소박하고 현실적인 그의 하루는 아보하를 몸소 실천하는 듯 보였는데요. 이러한 자연스러움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평범한 하루의 가치를 재조명하게 만들었습니다.
배우 구성환의 사례를 떠올리면, 아보하는 단순히 평범함에 머무르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비교와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의 취향과 속도에 맞춰 살아가는 방식을 제시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 아보하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보다 정신적 여유와 균형 잡힌 삶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