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코카콜라가 옥수수 과당 대신 사탕수수 설탕을 넣은 제품을 출시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카콜라에 미국산 사탕수수를 사용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죠.
이러한 배경에는 최근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ke America Healthy Again·MAHA)’ 정책이 있습니다. 지난 2월 공식 출범된 ‘MAHA위원회’는 미국 아동들의 만성 질환과 식품첨가물의 관계를 규명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아동 비만의 원인으로 고과당 옥수수 시럽을 쓴 음료가 지목되자 대체품으로 사탕수수 설탕을 써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죠.
그동안 코카콜라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액상과당을 주로 이용해왔습니다. 미국이 세계 최대 옥수수 생산국인 만큼 옥수수 액상과당이 사탕수수 원당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었는데요.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코카콜라는 기존 레시피는 그대로 두고,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하는 별도의 콜라 제품을 추가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이에 워싱턴포스트는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하는 멕시코산 콜라와 고과당 옥수수시럽을 사용하는 미국산 콜라의 맛이 실제로 다른지 검증하기 위해 블라인드 시음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총 6명이 참가한 실험에서 5명이 멕시코산 콜라를 정확히 구분해냈고, 대부분은 “단맛의 질이 다르다”고 답했습니다. 사탕수수 설탕 특유의 깔끔한 단맛이, 옥수수시럽을 사용한 미국산 제품보다 “덜 텁텁하고 더 산뜻하다”는 평가였습니다. 과학자들은 영양학적 차이는 거의 없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의 입맛은 분명한 차이를 인식하고 있는 셈이었죠.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로 시작된 이번 변화는 단순히 코카콜라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한 멕시코산 콜라가 “더 깔끔하고 산뜻하다”는 소비자들의 평가처럼, 재료 변화가 곧 맛의 차이로 이어지면서 다른 음료 브랜드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큽니다. 펩시, 닥터페퍼 등 경쟁사들도 대응에 나선다면 식음료 산업 전반의 트렌드 역시 변화할 수 있겠죠. 어쩌면 이번 시도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식문화를 바꾸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