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뜻하지 않게 많은 이별을 경험합니다. 김태용 감독의 영화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서비스 ‘원더랜드’가 일상이 된 세상을 배경으로 합니다. 상실의 아픔도, 이별의 괴로움도 없는 그야말로 ‘원더랜드’인데요. 그런데, 이와 유사한 서비스가 이미 현실에 있다고 합니다.
고인의 디지털 발자국을 분석해 재현하는 AI ‘데드봇’인데요. 생전의 문화, 음성 기록, 게시물 등을 활용해 고인의 대화 패턴과 성격 특성, 목소리를 모사하는 인공지능입니다. 10년 전 약혼녀를 잃은 캐나다 작가가 만들었는데요.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혹은 상실을 감당하기 어려운 자신을 위한 새로운 애도의 형태였던 셈이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과 AI의 관계에 대한 담론은 그저 낭만 섞인 판타지에 불과했습니다. 목소리뿐인 AI를 사랑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2013년 영화 <Her>가 대표적이죠. 그러나 현재 인간과 AI의 상호작용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 중입니다. 챗GPT 기반 AI ‘댄’은 많은 여성들의 ‘결점 없는 남자친구’가 되어주고 있죠.
그러나,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는 AI는 윤리적 딜레마를 피할 수 없습니다. 특히 ‘없는 이’를 구현하는 것과 ‘있었던 이’를 재현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망자를 인공지능으로 복원한다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전문가들은 ‘데드봇’이 정상적인 애도에 방해가 된다며 ‘윤리의 지뢰밭’이라 경고합니다.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는 듯 보이는 영화 <원더랜드>도 결국 윤리적 질문을 남겼죠.
‘데드봇’의 탄생은 과연 상실의 아픔 없는 ‘원더랜드’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