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고’ 시상식, 사(4)가지가 없다?

갑니다. 또 가네요. 시간은 왜 이리 빠른지 어느새 2024년은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세상도 시끄럽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나지 않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기다리는 지상파 3사 시상식은 식상한 그들만의 축제처럼 여겨집니다. 말이 나와서 그런데, 레거시 미디어의 추락처럼, 지상파 시상식은 권위를 잃은 지 오래죠. 이런 상황에서 유독 주목받는 시상식이 있습니다. 바로 스튜디오 뜬뜬의 <핑계고> 시상식입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이 행사는 그동안 우리가 잊고 지냈던 시상식의 재미와 감동을 전하기에 충분했는데요. 혹시 그거 아세요? <핑계고> 시상식은 4가지가 없다는걸요.

| 오전 9시에 시작하는 연말 시상식, 봤어?

제2회 <핑계고> 시상식 유튜브 영상 캡쳐
제2회 <핑계고> 시상식 유튜브 영상 캡쳐


“방송 3사 본부장들이 만나서 돌아가면서 대상 뽑아야 한다. 이제 바뀔 때 됐다.” 지난 2019년 S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김구라가 한 말입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24년, 변한 건 없습니다. 공동 수상은 애교. 쪼개기 수상, 참석상 등 일명 나눠주기 상은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긴 러닝 타임도 허들이죠. 그래서인지 지상파 연말 시상식은 별다른 이슈 없이 한자리 시청률을 기록하며,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제2회 <핑계고> 시상식은 약 3시간(유튜브 영상 기준 2시간 17분) 동안 알차고 재미있는 구성으로, 영상 공개 당일 기준 200만 뷰를 넘겼습니다. 이 시상식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스튜디오 뜬뜬 제작진은 매년 지상파 시상식이 고수하는 것을 반대로 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상식 시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9시입니다. 오후 아닙니다. 오전입니다. 시상식 시간도 낯선데, 그 이른 아침에 샵에 가서 머리와 화장을 하고 이브닝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연예인들이 대거 참석하는 것도 놀랍습니다. ‘왜?’라는 물음이 쏙 들어갈 정도로 이 행사에 참여하는 게 즐거운 이들의 모습은 보는 그 자체로 즐거움이죠. 참석자 중 한 명인 차승원은 시상식에 오기 위해 새벽 5시에 운동을 하고 참석했고, 우리의 ‘크리스탈’ 임수정은 격식에 맞게 아침 햇살 빛나는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왔을 정도니까요.

| <핑계고> 시상식에 없는 4가지!

1. 상 남발

제2회 <핑계고> 시상식 유튜브 영상 캡쳐

<핑계고> 시상식은 네 가지가 없습니다. 상 남발, 비 공정성, 지루함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선 시상 부문은 신인상, 인기스타상, 작품상, 우수상, 최우수상, 대상 등 총 6개입니다. 딱 필요한 상만 주는 것인데요. 중요한 건 이 상들이 참석한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확률로 따지면 대부분의 참석자는 빈손으로 돌아갑니다. 이번 시상식 중 신인상, 대상은 각각 미참석자인 이성민, 황정민에게 돌아갔습니다.

생각해 보면 참석한 이들에게 상을 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공정성에 위배되는 부분입니다. 공정한 시상 시스템을 기반으로 수상자를 가린다면 참석 유무와 달리 시상이 가능한데, 최근 지상파 시상식은 행사 참석자 모두에게 나눠주는 게 일반화되었습니다. 3사 시상식의 모든 수상자들을 폄하는 건 아닙니다만,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시상 시스템 부재는 아쉬울 따름이죠. 이로 인해 수상한 주인공들의 노력이 퇴색되기도 합니다

2. 비 공정성

<핑계고> 시상식은 이 아쉬움을 덜어내듯 신인상, 인기스타상, 대상은 구독자 100% 투표로, 작품상, 우수상, 최우수상은 SBS <런닝맨>, 유튜브 <채널 십오야> 등 예능 콘텐츠 제작진들의 투표로 심사되었습니다. 중요한 건 구독자 투표수와 심사표가 공개되었다는 것. 시상식 사회자이자 프로그램 호스트인 유재석에게 잘 보일 필요 없습니다. 오로지 콘텐츠와 그에 따른 인기로 수상자를 가리는 이 시스템은 MZ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정성에 따라 시상식의 권위를 살리는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입니다.

3. 지루함

기존 시상식과 달리 <핑계고> 시상식은 지루함이 없습니다. ‘시상식은 곧 축제’라는 말을 실천하듯, 계주 유재석의 유려한 진행 실력은 물론, 참석자 축하 무대, 소소한 물품을 놓고 벌이는 럭키드로우 등 예능을 방불케 하는 프로그램은 보는 이들에게 큰 즐거움을 전합니다. 상품을 받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연예인들의 모습만 봐도 그 자체로 재미입니다. 시상보다 럭키드로우를 보는 재미가 쏠솔하다고나 할까요! 실제 촬영 시간은 3시간을 살짝 넘겼지만, 최대한 시간에 맞춰 행사를 진행하며 깔끔한 마무리까지 선사했죠.

4. 의례적인 참석

제2회 <핑계고> 시상식 유튜브 영상 캡쳐

이렇게 모으기 참 쉽지 않습니다. 제2회 <핑계고> 시상식에는 개그맨, 배우, 가수 등 총 25명의 게스트가 참석했습니다. 1회 때 12명보다 13명 더 모인 게스트 수만 봐도 놀라운데요. 다양한 분야의 게스트들이 참석했다는 것만 봐도 거의 백상예술대상 급이라고 할 수 있죠.

중요한 건 참석자들은 의례적으로 이 행사에 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진심으로 시상식에 오고 싶어했고, 수상의 영광도, 럭키드로우의 행운도 얻고 싶어 노력하는 모습을 2시간 동안 계속해서 보여줬으니까요. 올해 최우수상 수상자인 이동휘는 상을 받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모든 계원들이 당황하기도 했던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진정성이 느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 이게 바로 ‘찐팬’ 효과?

제2회 <핑계고> 시상식 유튜브 영상 캡쳐

4가지 없는 <핑계고> 시상식이 주목 받는 요인 중 하나는 출연자 모두를 ‘계원’이라 칭하며 한 식구처럼 묶는 프로그램의 특징에 있습니다. 멤버십 커뮤니티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 느슨한 연대는 그 자체로 장점이죠.

시상식을 포함해 각 에피소드에 출연한 각양각색의 게스트들은 분야는 다르지만, <핑계고>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친밀한 상호작용을 맺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 프로그램에 ‘찐팬’이 되죠. 이전에 나왔던 게스트가 유재석을 도와주는 호스트로서 노력하고, 자신이 경험했던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발휘, 프로그램 확장성에도 도움을 줬습니다. 1회 대상 수상자인 이동욱, 2회 최우수상 수상자인 이동휘는 말 그대로 찐팬으로서 대대적인 활약을 합니다. 게스트 섭외는 물론, 분량 상관 없는 출연 빈도수와 기여도가 이를 잘 말해주죠.

제2회 <핑계고> 시상식 유튜브 영상 캡쳐


중요한 건 이 영향이 구독자들에게도 전이된다는 것입니다. 게스트들과 함께 찐팬이 되고 싶어 하는 구독자들은 다양한 인터렉션으로 콘텐츠 활성화에 기여합니다. 투표만 보더라도 1회 때보다 7만 명이 더 늘어난 188,511명의 구독자가 참여했습니다. 이로 따라 IP 확장성은 물론, 자기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동일한 프로그램을 보고, 즐거움을 얻으며, 지지를 보내는 경험은 지속성으로 이어지고, 시상식 등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시상식을 함께한 이들은 벌써 3회를 기다립니다. 공정한 심사를 통해 수상하는 주인공들은 누가 될 것인지, 토크쇼를 방불케 하는 재미와 축하 공연은 누가 맡고, 전년도 대상 수상자가 시상하는 선례가 지켜질 것인지 등 ‘핑계고 시상식’은 기대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예전처럼 지상파 연말 시상식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싶다면, 핑계고 시상식을 보는 건 어떨까요? 명색이 지상파인데, 플랫폼이 달라서 우리는 할 수 없다는 핑계만 대지 말고요!

출처: 유튜브 핑계고, 뉴스엔, 스포츠 경향

제2회 <핑계고> 시상식_스튜디오 뜬뜬 공식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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