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밤, 월드 센 언니들의 뜨거운 춤판 보고 있나요? 지난 5월 27일 엠넷에서 방영한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월드 오브 스우파>’)가 매주 큰 화제성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일본은 물론, 미국, 호주, 뉴질랜드 크루들이 대거 참여해 월드 춤판을 벌이는 중인데요. 그만큼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죠. 이번 주 첫 탈락 크루가 나온 뒤, 각종 SNS를 도배하고 있는 가운데, <월드 오브 스우파>는 곧바로 생존한 5팀의 ‘메가 크루 미션’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메가 크루는 각국의 색을 담아내고, 하이 앵글 챌린지 구간이 꼭 들어가야 하는 미션이 있었는데요. 각기 다른 색이 도드라지는 5편의 영상은 그 자체로 황홀함을 전합니다. 궁금하시죠? 그럼 5편의 영상 만나볼까요! Drop the Beat~
| 범접_ 몽경(夢境) – 꿈의 경계에서
범접이 가져온 건 소녀의 꿈, 그 안에 펼쳐진 집단적 무의식입니다. 작품 속 우리나라 지도 형상처럼 누워있는 소녀(노윤서)의 꿈속에서 등장하는 건 갓을 쓴 저승사자. 허니제이를 비롯한 댄서들은 갓을 쓴 채 도열을 맞춰 흐느적거리는 춤을 시작하고, 이어 그 안에 부채춤, 탈춤, 상모돌리기 파란색과 붉은색의 조화 등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합니다. 초반 허니제이의 트레이드마크인 아이솔레이션은 물론, 기괴하지만 절도 있는 움직임으로 임팩트를 가한 멤버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묘한 황홀함을 안기는데요.
역시나 뷰포인트는 하이 앵글 챌린지 구간입니다. 수많은 인원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것은 물론, 흑과 백의 포인트를 주며 장대한 장면을 연출합니다. 개인적으로 5팀 중 가장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팀에 비해 메가 미션을 접했던 경험자로서 어떻게 하면 메가 미션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알고 들어간 건 사실이죠. 이런 어드벤티지를 제외하고서라도 총감독을 맡은 허니제이의 연출력은 엄지척! 범접의 퍼포먼스는 타팀이 범접할 수 없는 완성도를 지녔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영상 공개 하루 만에 680만 뷰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단, 우리의 전통을 보여주는 것 이상을 뛰어넘는 큰 범위의 주제가 잘 보이지 않는 건 아쉽네요. 하지만 1등은… 제발 꿈이 아니길~
| 모티브_We The People
모티브는 자국 미국의 복잡한 정체성을 탐구하며 다양성을 내걸었습니다. 본디 미국은 다인종, 다문화 국가로 불안하지만 균형감을 맞추며 ‘우리’라는 공동체를 만들면서 발전해 왔는데요. 총감독을 맡은 리더 말리는 미국의 이런 특수성을 춤으로 승화시킵니다. 붉은색과 파란색의 싸움과 분열, 그 가운데 하얀색 옷을 입은 인도네시아 출신 키즈 댄서의 등장으로 다양성을 유지하려는 이들의 모습을 그 자체로 스토리가 읽힙니다. 몸으로 말하는 게 춤이라고 한다면, 모티브의 이 영상은 트럼프 2기에 빚어진 대 국가 혼란 사태 속에서 진정 나라를 사랑하는 이들이 행해야 하는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이는 하이 앵글 구간에서도 잘 나타나는데요. 카메라가 줌 아웃하면서 빨간색과 하얀색의 대비로 긴장감과 분열의 심화를 보여주는 동시에 빛을 통한 이들 움직임을 극대화합니다. 마치 애플 광고처럼 보이기도 한 이 영상은 한 편의 광고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것도 현 미국 사회가 닥친 문제를 담은 묵직하고도 화려한 광고를요. 하지만 이는 장단점으로 보이는데요. 광고 스타일에 걸맞은 부분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메가 크루 미션에 부합하는 영상인지에 대한 물음표가 계속 따라다닙니다. 그럼에도 영상 자체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 에이지 스쿼드_아웃백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 아닙니다. 오지입니다. 에이지 스쿼드는 호주의 문화를 담는 데 주력하는데요. 이번 영상은 호주의 원 주인인 원주민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시작합니다. 그 매게체는 바로 부메랑. 부메랑을 받은 댄서들은 호주의 자연, 그리고 야생 동물들로 변합니다. 특히 뱀을 연상케 하는 무브먼트는 임팩트가 강한데요. 이 밖에도 독특한 야생 동물의 느낌을 춤으로 살리는 댄서들의 에너지가 가득합니다.
이들의 춤사위와 더불어 보는 이에게 황홀함을 주는 건 바로 자연 경관. 호주의 대자연이 주는 위대함은 그 자체로 경이롭게 느껴집니다. 영상 초반에 자연을 보여주는 것도 이를 극대화하려는 일환처럼 보입니다. 극강의 내추럴한 에너지는 타 팀을 불허할 정도인데요. 하지만 해변에서 펼쳐지는 하이 앵글 구간은 노력에 비해 임팩트는 미미했습니다. 역시 메가 크루 미션은 야외보단 실내에서 구현해야 장점이 잘 산다는 걸 또 한 번 증명한 셈이네요.
| 오사카 오죠 갱_ OSAKA 오죠(아가씨) 정신
오사카 오죠 갱은 일본 옛것의 문화를 현재로 가져와 융합을 시도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이들의 고유색인 녹색 의상을 입고 빠르고 절도 있는 대인원 춤은 멋짐이 폭발한다. 총감독을 맡은 이부키의 춤 스타일이 메가 크루를 통해 확장된 느낌이랄까. 여기에 스페셜 댄서로 출격한 트와이스 멤버 나연, 지효, 정연, 사나, 모모 등 5인의 퍼포먼스 또한 임팩트가 강합니다. 트와이스가 왜 일본팀을 도와주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오사카 오죠 갱 크루인 ‘하나’는 모모의 친언니입니다. 이번 기회에 자매 크로스 한 거죠!
핑크빛 부채 퍼포먼스로 자연스럽고 우아하게 꽃의 만개를 표현 하이 앵글 구간도 좋지만, 빛을 발하는 건 후반부 야광봉 퍼포먼스입니다. 각기 다른 색이 발화하면서 보여주는 빛의 황홀함이 막강한데요. 이는 일본 아이돌 문화를 가져와 오사카 오죠 갱만의 것으로 보여준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문화의 융합이란 주제가 뛰어난 크루들의 테크닉에 묻힌 느낌적인 느낌. 그럼에도 쿄카는 빛납니다.
| 알에이치도쿄_멋지다! 도쿄! 일본인!
코레오 장인인 리에하타가 총감독을 맡은 알에이치도쿄의 주제는 일본의 과거와 미래 세대의 융합과 미래입니다. 영상은 과거와 현재 시점으로 나뉘는데요. 과거는 학교는 물론, 지하철, 시장, 갓챠 상점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곳에서 시대를 알 수 있는 옷차림으로 각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죠. 이후 현재로 돌아오는데요. 배경은 도쿄의 심장이자 중심부인 시부야 거리입니다. 그곳에서 크루의 고유 색인 노란색 모자를 쓰고 춤사위를 보여주죠. 곧이어 다양한 색깔의 우산을 활용한 하이 앵글 구간 퍼포먼스가 이어집니다.
하지만 일본의 과거와 현재 세대 간의 간극 좁히고, 합일한 뒤, 미래를 위해 나아가자는 주제의 무게감이 컸는지 메시지와 퍼포먼스의 접점이 크지는 않습니다. 리에하타를 향한 기대치보다는 다소 평이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네요. 그리고 종종 보이는 일본 국기와 사무라이 음악은 좀 거슬렸습니다. 일본 사람은 괜찮겠지만, 전 한국 사람이니까요.
<월드 오브 스우파>는 ‘월드’라는 타이틀답게 글로벌화를 시도했습니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크루들의 참여만 봐도 이를 알 수 있죠. 종종 언어의 장벽에 부딪히는 음악과 영화, 소설 등과 달리, 춤은 애초에 그 장벽이 없습니다. 몸짓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센 언니들의 모습은 상대 댄서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에게도 그 의미가 다 전달 되기 때문입니다. 자국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담아야 하는 메가 크루 미션은 그래서 더 의의가 큽니다. 어쩌면 이 미션을 통해 각 나라의 크루들은 문화사절단 같은 느낌도 주기 때문이죠. 매주 화요일 밤이면 이 센 언니들을 통해 다양한 장벽과 경계를 허무는 그 순간을 만끽하길 바랍니다. 물론, 투표도 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