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터운 팬층을 거느리며 인기를 끈 리얼리티 예능들이 다룬 주제는 단연 ‘연애’예요. 국내 예능에서 일반인이 출연하는 짝짓기 프로그램은 1990년대 MBC <사랑의 스튜디오>로 시작해 2000년대 KBS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2010년대 SBS <짝>으로 이어져 왔는데요.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 채널A <하트 시그널>을 통해 부활을 알렸고, 최근 새로운 포맷의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 잇따라 방영되면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어요. 화제의 방송 <나는 솔로>, <돌싱글즈>, <솔로지옥>, <체인지 데이즈> 등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 사랑받는 이유를 알아봅니다.
1️⃣ 핫하다 핫해! 전 세계 홀린 <솔로지옥>
미국 예능 <투 핫 투 핸들(Too Hot To Handle)> 한국판으로 알려진 <솔로지옥>은 외딴섬 ‘지옥도’에서 펼쳐진 아홉 남녀의 연애 리얼리티쇼예요. 총 8부작으로 지난해 12월 18일 처음 공개된 뒤 국내 차트 1위는 물론, 한국 예능 최초로 글로벌 톱 10에 이름을 올려 해외에서 입소문을 탔지요.
솔로지옥은 무인도에 일반인 청춘 남녀가 모여 커플이 되지 못하면 ‘지옥도’에서 식사 등을 자급자족하고, 커플이 되면 ‘천국도’에서 둘만의 데이트를 즐긴다는 컨셉인데요. 여타 연애 예능 프로그램과는 달리, 한여름의 무인도를 배경으로 하여 탁월한 자기 관리와 운동으로 완성한 출연자들의 화끈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시청자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온다는 평이에요. 남성은 사회,경제적 위치, 여성은 외모만을 강조하던 이전의 연애 리얼리티와는 다른 노선을 택한 것이지요. 천국도의 배경이 되는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 또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관전 포인트랍니다.
김재원 PD : “내 연애는 힘들지만 남의 연애사는 재밌어요. 시청자분들이 리얼에 가까운 걸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데이팅 프로그램만큼 리얼을 담기 쉬운 건 없는 것 같아요. 다른 데이팅 프로그램과 다르게 운동을 하고 싶어진다는 반응이 기억에 남네요.”
2️⃣ 드라마보다는 다큐에 가까운 <나는 SOLO>
매주 수요일 밤 NQQ, SBS Plus 채널을 통해 방영되는 <나는 SOLO>는 결혼을 간절히 원하는 남녀가 모여 사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데이팅 프로그램이에요. 과거 SBS <짝>를 연출하며 극사실주의 리얼 연애 프로그램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은 남규홍 PD가 연출했죠. 다른 연애 예능 프로그램처럼 빼어난 외모, 탐나는 스펙으로 무장한 이들의 판타지 가득한 연애 스토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서 더욱 시청자들의 공감대와 몰입도를 끌어올린답니다.
<나는 SOLO>의 관전 포인트는 매 시즌 ‘결혼할 커플이 누구인지’ 지켜보는 것이에요. 1시즌과 2시즌에서 실제로 결혼하는 커플이 두 쌍이나 탄생했지요. 데이팅 프로그램에 출연해 실제 연애까지 이어지는 커플도 드문 만큼 <나는 SOLO>이기에 가능한 ’찐‘ 로맨스였어요. 시청자들은 “이것이 바로 리얼 예능의 힘!”, “극사실주의 예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답니다.
남규홍PD : “2021년 코로나19로 암울한 시대에 탄생하는 꽃봉오리 같은 프로 아닐까 싶습니다. <나는 SOLO>는 형식적인 것들은 벗어버리고 본질에 더 치중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의 탄생 과정을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담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에요.”
3️⃣ 미혼만 연애할 수 있는 건 아냐 <돌싱글즈>
MBN 간판 예능으로 자리 잡은 <돌싱글즈>는 새로운 사랑을 찾아 ‘돌싱 빌리지’를 찾아온 돌싱남녀 8인의 연애X동거 프로젝트를 다루는 연애 프로그램이에요. 사상 최초로 일반인 ‘이혼남녀’들의 흥미진진한 러브 게임을 예고하며 첫 방송 전부터 관심을 모았지요. 기존 연애 예능이 주로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한 것과 달리 이혼과 재혼, 육아 등 보다 현실적인 고민을 다루면서 많은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했어요.
‘사랑의 작대기’가 꼬인 흥미로운 다각 관계와 자녀 유무에 따라 변화되는 마음의 크기를 지켜보는 것은 물론 이혼의 아픔을 지닌 이혜영과 정겨운, 부모로서 자녀 이야기에 누구보다 공감하는 유세윤과 이지혜 등 4MC의 찰떡 참견이 <돌싱글즈>의 재미를 더하는데요. 무엇보다 <돌싱글즈>는 주홍글씨와 같이 ‘이혼’과 ‘돌싱’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인 분위기를 환기시켜놓았다는 것이지요. 최근에는 시즌2 출연자 중 재혼을 앞둔 커플도 탄생해 프로그램에 진정성을 더했답니다.
박선혜 PD : “생각보다 2030 돌싱들이 정말 많아요. <돌싱글즈>를 통해 작게나마 ‘이혼’에 대한 편견을 완화시키고 싶었고, 어둡고 무거운 모습보다는 밝고 예쁜 그림을 담으려 노력했어요. 밀당 과정이 싱글보다 짧아서 시원한 연애를 보여준 것도 사랑받은 이유 같아요.”
4️⃣ 우린 합의하에 바람피웁니다! <체인지 데이즈>
카카오TV 오리지널 예능 <체인지 데이즈>는 장기간의 연애, 성격 차이 등 저마다의 이유로 현재의 연애가 고달픈 연인들이 자신들의 연애를 되돌아보며 진정한 해피엔딩을 찾아 나서는 프로그램이에요. 세 쌍의 커플들이 비슷한 이별의 고민을 안고 있는 다른 커플과 만나 현재 나의 연인과의 관계를 돌아보는 내용으로, 연애 과정에서의 다툼과 갈등을 겪어본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었죠.
<체인지 데이즈>는 기존의 연애 리얼리티와는 다른 ‘권태기 커플’을 소재로 하여 소위 말하는 MZ 커플의 연애관을 가감 없이 반영했어요. 이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은 바로 ‘파트너 교환’이에요. 세 커플이 일주일간 제주도에서 함께 지내며 서로 연인을 바꿔 데이트를 하는 컨셉으로, 불쾌함을 드러내는 시청자도 많았는데요. 프로그램 말미에 세 커플은 모두 현재의 연인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상대방을 선택하는 아름다운 엔딩이 그려졌지요. 또한 최근에는 위기의 커플이었던 조성호-이상미 커플이 결혼을 발표해 많은 응원을 받았답니다. <체인지 데이즈>는 흥행에 힘입어 시즌2 제작에 돌입할 예정이에요.
이재석 PD : “솔직히 대본을 써서 촬영을 했으면 이런 엔딩이 나왔을까 싶어요. 시즌 2에서도 관계 개선을 하든 끝을 보든 고민을 솔직하게 보여주겠다는 진정성을 가진 분들이 오시면 좋겠습니다.”
😡 일반인 데이팅 프로그램 한계? 출연진의 인성 논란!
이처럼 최근에는 비(非) 연예인이 출연하는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 많아졌어요. 그런데 이들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가 부재한 만큼 방송 안팎에서 보여주는 모습들과 과거사가 드러나면서 구설에 오르기도 해요. 최근 <나는 SOLO> 4기 영철(가명)은 방송에서 상대방에게 강압적인 태도를 보여줬다는 이유로 도마 위에 올랐는데요. 그는 호감을 느낀 한 여성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갔지만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무례한 언행으로 일관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어요.
SNS와 유튜브에서 패션과 뷰티에 대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솔로지옥> 출연으로 인기가 급상승한 한 인플루언서는 명품 가품 착용 논란으로 모든 활동을 중단했답니다. 앞서 <하트시그널>의 한 출연자가 상습적으로 음주 운전을 한 사실이 드러나 대중의 공분을 산 적이 있으며, 또 다른 출연자는 폭행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어요. 한 예능 프로그램 피디는 “그렇다고 출연을 요청해야 하는 입장에서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며 개인 신상정보를 신문하듯 물어볼 수도 없다”라고 하소연하기도 했요.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인터넷이 활발한 시대에 더 이상 이미지는 완벽하게 관리될 수 없고 만들어질 수 없어요. 방송에서 주목받는 이들 모두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됐기에, 제작진이 계약서를 상세하게 써서 예방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입니다.”
✍️ 트렌드사파리 관람내용 요약
1. 최근 일반인을 출연진으로 한 연애 예능 프로그램 많아지고 있어요.
2. <솔로지옥>, <돌싱글즈>, <나는 SOLO>, <체인지 데이즈> 등이 연애 예능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어요.
3. 일반인 출연자 리스크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연애 예능 프로그램의 전성기는 계속될 전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