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는 졸리고 어렵다? 이렇게 생각하셨다면 KBS교향악단의 유튜브 채널을 한 번 구경해보시길 권합니다. 우아하고도 웅장한 클래식에 유쾌한 밈을 더해, 자꾸만 웃음이 흘러나오는 묘한 매력을 전해주거든요.
최근 KBS교향악단은 흥미로운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이름하여 〈궁예의 첫 번째 레슨 “에티켓”〉. 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 속 궁예 캐릭터를 활용해 공연장 에티켓을 알려주는 콘텐츠인데요, 배경 음악으로는 최근 밈으로 화제를 모은 동방신기 유노윤호의 ‘Thank U’가 사용됐습니다.
“이건 첫 번째 레슨, 기침은 악장 사이. 이제 두 번째 레슨, 휴대폰 알람 끄기. 드디어 세 번째 레슨, 지휘봉 내리면 박수치기”. 이 개사된 가사는, 드라마 장면 속 궁예의 익숙한 모습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큰 웃음을 줍니다. 댓글에는 “제발 공연 전에 이 영상부터 틀어주세요”라는 요청도 이어졌죠.
🎷밈으로 다시 태어난 클래식
사실 KBS교향악단은 클래식과 밈의 결합을 꾸준히 시도해왔습니다. 이를 위해 KBS라는 방송사가 보유한 방대한 사극 드라마 소스를 적극 활용하죠.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 궁예 레퀴엠
베르디의 ‘레퀴엠’ 중 ‘진노의 날’ 도입 위에 드라마 ‘태조 왕건’ 속 궁예의 명장면을 덧입힌 영상입니다. 진지한 음악과 격노하는 궁예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교차하며 묘한 매력을 자아내죠.
- 10만 구독자 전쟁
KBS교향악단이 한국 오케스트라 최초로 유튜브 구독자 10만 명을 달성한 과정을 표현한 영상입니다. KBS의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전쟁 장면과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음악을 활용해,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담당자의 고군분투기를 눈물겹게 보여줍니다.
🎹웃겨도 너무 웃긴, KBS교향악단 현대곡 시리즈
KBS교향악단은 현대 작곡가와도 콜라보를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불고기세트버거’ 작곡가의 음악에 ‘1박 2일’ 출연자들의 레전드 장면을 절묘하게 결합해 빵 터지는 영상을 선사했죠.
- 강호동 협주곡
‘불고기버거세트’ 작곡가와의 첫 번째 콜라보, <강호동 협주곡>은 1악장 “으름장 놓기” Allegretto agitato, 2악장 “격정적으로, 더욱 화를 참지 못하며” tempestoso, assai con energia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분노에 가득 찬 강호동의 탄탄한 발성과 이를 받쳐 주는 오케스트라는 현란한 윗몸 일으키기 ‘돼지 슬라이드’와 어우러져 악가무(樂歌舞) 일체의 종합예술을 완성한다.’라는 작품 해석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 김종민 협주곡
‘1박 2일’ 애청자였다면 많이들 기억하실 김종민의 레전드 장면, ‘가능한’도 ‘Possible’이라는 곡으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그가 내뱉은 수많은 단어 중 오직 하나만이 희망을 가져왔으니… “가능한” 아, 창조의 시작은 모방이라고 했던가…’라는, 진지해서 더 재미있는 작품 해석만 보아도 벌써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듭니다.
이처럼 밈을 통해 대중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는 KBS교향악단. 덕분에 클래식도 웃기고, 쉽고, 친숙한 장르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지 않나요? 무겁고 어렵다는 이유로 클래식 공연을 멀리했던 분이라면, 지금 바로 KBS교향악단 유튜브 채널을 찾아보세요. 재미있는 영상을 보며 깔깔 웃다 보면 어느새 클래식이 훨씬 가까워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출처 : KBS교향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