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과 역사가 돈이 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매일 새로운 것들이 쏟아지고 없어지는 상황에서 오랜 시간 동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은 브랜드는 그 자체로 특별함을 갖는데요. 최근 이를 무기로 한 레트로 마케팅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레트로 마케팅은 기존 소비자들에게는 추억을, 새로운 소비자들에게는 신선함을 전하며 수익 창출과 브랜드 가치를 동시에 전한다는 게 장점. 최근 농심과 삼성전자는 이 마케팅 전략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지갑을 열게 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창립 60주년, 농심 단종 라인업 모여라~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는 농심은 과거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었지만, 현재 단종된 제품을 다시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지난 1월 ‘농심라면’인데요. 1975년에 출시 후 많은 사람을 받았지만 1990년대에 단종된 제품입니다.
이번 리뉴얼 제품은 과거 제품 패키징을 가져와 그 시절 향수를 자극했고, 오리지널 레시피에 현재 주 소비층 입맛에 맞게 재단장했습니다. 출시 당시 방영한 광고 영상을 리마스터링해 공개하며 이목을 끌기도 했죠. 그 결과 출시 3개월 만에 판매량 1,000만봉을 넘기며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 바통을 이어받은 게 농심 감자칩의 원조 ‘크레오파트라’입니다. 포테토칩 초기 모델인 이 제품은 당시 짭짤한맛·양파맛·파래맛·바비큐맛 등 4가지 구성으로 출시하며 골라 먹는 재미가 있었는데요. 이번 2월 재출시 한 제품은 ‘솔트앤올리브’ 버전으로만 나왔습니다. 특히 이 제품이 관심을 끈 건 1983년 방영한 광고. 코미디언 고(故) 이주일 단정한 양복을 입고 하프를 켜며 노래를 부르는 이 광고는 추억 그 자체입니다. 이밖에도 해피라면, 비29 등도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런 농심의 레트로 마케팅의 장점은 유구한 기업 역사를 통해 나온 제품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소비자와의 오랜 관계를 지속하면서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단종된 제품을 내놓고, 향수는 물론, 시간이 흘러 젊은 세대에게는 신제품으로 받아들여지며, 구매까지 이뤄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죠.
삼성전자, 10년 만에 3명의 여왕을 소환하다!

농심과 반대로 삼성전자는 과거의 제품을 내놓은 건 아닙니다. 대신 10년전 각 가전 제품을 홍보한 3명의 여왕을 소환했습니다. 김연아, 한가인, 그리고 전지현, 10여년 전 삼성전자 가전 모델로 활약한 이 세 명은 과거와 달라진 AI 가전을 소개합니다.
김연아는 에어컨, 한가인은 세탁기, 전지형은 냉장고의 광고 모델로서 삼성 가전 트로이카로 불린 바 있는데요. 이번 광고는 ‘AI 가전 트로이카’ 캠페인이라 제목으로, 세 명은 각자 과거 광고와 제품을 회상하면서 AI로 변화된 가전을 강조합니다. 뒤를 이어 삼성 비스포크 AI 가전을 체험하고 이를 통해 달라진 그들의 일상을 소개합니다.
이 광고는 그 시절을 관통한 소비자들에게 향수를 전하면서, 또 한 번 그들이 펼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따라 하고 싶게 만듭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소비자들의 워너비인 위치와 삶을 사는 이들이기에 시간을 초월한 소비 심리 자극이 가능했죠. 동일한 광고 모델을 소환해 새로운 자세 제품을 소개하는 특징을 잘 구현한 이 캠페인은 10년 전 세 명의 광고를 봤던 MZ세대에게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는 후문입니다. 더불어 AI 가전으로 탈바꿈 중인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 변화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도 듣고 있죠.
레트로 마케팅의 장점은 많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어려운 경제 상황에 따른 소비 위축 상황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방법이라는 점이 보입니다. 이는 신제품 개발에 따른 리스크와 비용 절감, 그리고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는 장점이 있기에 자사 헤리티지가 있다면 이를 발전시켜 지속적으로 소비시장에 내놓는 것이죠. 최근 극장가에서 불고 있는 재개봉 트렌드처럼 말입니다.
이런 레트로 마케팅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은 자주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단순히 과거를 길어 올려 소비자들을 만나게 하는 것으로 그치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농심은 ‘농민의 마음’이란 사명의 의미를 전달해 신뢰를 두텁게 하고, 삼성전자는 새로운 AI 가전이란 영역을 확장하는 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이처럼 주요한 목적이 있어야지만 레트로 마케팅의 효과가 증대된다는 건 기본. 소비자들에게 어떤 스토리로 다가갈 것인지도 중요한 부분입니다.